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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이야기/장비

피크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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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2012년 말부터 5일 전까지 피크 케이스로 사용하던 사탕 통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경첩 하나가 부서져서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뭐 경첩이 아니어도 여기저기 칠이 벗겨지고 녹슬기는 했네요. 

나름 추억이 많습니다. 여기 적을 만한 이야기는 아니긴 한데, 어쩌다 대전에서 슈퍼마켓에 들렀을 때 '어 저거 피크 케이스로 딱이다!' 하고 딱히 사탕 먹고 싶지도 않았는데 한 통을 사 버렸습니다. 녹색 계열의 색상과 별 무늬가 마음에 들었었네요. 

이후... 스티커도 붙이고... 피크 요정 방어에 크나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치만 떠나보내 줘야 하는 날이 마침내 왔군요. 사탕 깡통으로 태어나 팔자에도 없는 피크 케이스로 사느라 고생했어. 

(휴대용) 피크 케이스의 조건이 뭐가 있을까요? 제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보자면,

① 충분히 작아야 합니다. 
기타 소프트 케이스 보조 주머니나 바지 호주머니에 간단하게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크기여야 합니다. 

② 뚜껑이 쉽게 열리고 닫혀야 합니다. 
대충 앰프 위, 책상 위, 보면대 위 같은 데 올려 놓고 기타를 맨 상태에서 한 손으로 쓱 삭 툭 하고 피크를 꺼낼 수 있어야 하겠죠? 이 이유로 시중에 피크 케이스라고 나와있는 제품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뚜껑이 분리되는 방식이나 서랍 방식은 두 손을 사용해야 하거든요. 그러다 기타 헤드 어디에 쾅 박습니다(...)

③ 뚜껑이 닫히면 단단히 닫혀 있어야 합니다. 
위의 내용과 모순되는 것 같지만, 이 조건도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대충 어디에 쑤셔 넣고서는 막 들고 다니고, 아무 데나 올려놓고 한 손으로 쓱 삭 툭 하는 피크 케이스의 특성상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어디 굴러다니거나 할 일이 많은데, 그때 확실히 피크 요정을 막아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④ 바닥면이 충분히 넓어야 합니다. 
담뱃갑 같은 걸 피크 케이스로 이용하는 사람도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선호하지 않습니다. 피크를 몇 종류 사용하는 편인데 뚜껑 딱 열었을 때 뒤적뒤적하지 않고도 모든 피크가 한눈에 보이고 대충 집을 수 있는 위치에 있게 해 주는 케이스를 선호합니다. 

아무튼 이 조건들을 고려했을 때, 저 사탕 통이 아주 적당했었는데... 먹지도 않던 사탕 뒤늦게 찾아보니 오래 전에 단종되었더군요. 기성품으로 나와 있는 피크 케이스들을 보니 하나 같이 마음에 안 들고... 집 근처 가게들 돌아다니면서 사탕, 알약 보관통 등등도 찾아보았습니다만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더군요. 

그러다, 프린팅 굿즈 제작 업체에서 파는 틴케이스 (아마도 소품이나 트럼프 카드 보관용...? 솔직히 뭐에 쓰라고 만든 건지 잘 모르겠네요.) 들을 보고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경첩 달린 금속 케이스 자체는 여럿 있었는데...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드는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냥 깔끔하게 금속 재질이 노출되어 있는 케이스에 미니멀한 로고 정도 인쇄되어 있으면 좋겠다. 그게 나 자신과 바로 연결되는 일종의 상징이면 더 좋고...'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제가 보낸 디자인으로 프린팅 하면 바로 해결되는 문제였죠. 

그리도 가격도 만 원 안쪽, 배송비 포함해도 (평소 쌓아놓은 포인트로 할인을 받았습니다만) 5천 원 조금 넘는 가격에 경첩형 틴 케이스를 주문 제작 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사이즈의 기성품 케이스가 7500원인데... 본인 마음대로 디자인할 수 있는 틴 케이스가! 그것도 1개 단위 소량생산인데! 기성품보다 싸다니! 세상 정말 좋아졌군요. 

제가 찾던 바지 호주머니에 착 들어가는 작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피크 요정이 몇 개 가져가도 걱정 없을 정도로 피크도 넉넉히 들어갑니다. 무엇보다 누가 봐도 제 것임을 알 수 있는, 제 로고가 똭 박혀있는 디자인! 뭐... 지미 헨드릭스나 비틀즈 멤버들 사진이 박혀있는 피크 케이스와 비교하면 분명 인기는 없겠습니다만, 감히 말하건대 제게는 훨씬 더 멋지게 보입니다. 

피크 케이스가 매주 갈아줘야 하는 소모품은 아니어서, 이번에도 도저히 사용할 수 없을 지경이 되기까지 들고 다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10년? 기성품 피크 케이스나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작은 통들을 사용하는 것도 물론 괜찮겠지만, 커피 한 잔 가격에 나만의 피크 케이스 하나 마련하는 것도 음악 생활에 소소한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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