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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이야기/장비

페달보드로 일렉트릭 기타 레코딩하기 - 3부: 스피커 에뮬레이터 (Neunaber Iconocl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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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은 곧 폐쇄될 예정인 제 네이버 블로그에 2018년 8월 28일 업로드한 글입니다.

※ 당연히 현 시점(2020년 2월 19일)의 저와 과거의 저는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다른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쓴 글을 보존하는 의미로 원문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기 했습니다. 아래 글을 읽을 때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글에서는 기타 → 페달보드 → 오디오 인터페이스 → 컴퓨터 만으로는 원하는 사운드를 얻을 수 없어서, 페달보드와 오디오 인터페이스 사이에 기타 앰프를 재현하기 위한 페달형 프리앰프를 추가했고, 그 결과 나름대로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캐비닛 시뮬레이터를 추가하기로 했다는 이야기까지 했습니다.

AMT F1을 고를 때와 마찬가지로 우선 예산을 고려해 상한선을 잡고, 남은 것들 중에서 고민을 해 봐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왠지 미니 페달 형태의 캐비닛 시뮬레이터가 최근 많이 출시되었는데, 음... 별로 마음이 가지 않았습니다. 선입견이라기에는 무어 오디오(Moore Audio)사의 이펙터들을 잘 쓰고 있었기에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왠지 마음에 안 들었던 게, 내장되어있는 프리셋 위주의 멀티 이펙터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걸까요? 제가 어찌 보면 요즘 일렉트릭 기타 레코딩의 대세에서 한참 벗어나서 페달보드 가지고 낑낑대는 이유 중에 하나가 '저작권 시비에 걸리지 않는 몰개성한 이름들을 보고 있자니, 차라리 내가 갖고 있는 페달 이펙터를 사용하고 싶다'라는 언급을 1부에서 했었습니다. 10×2 혹은 12×4 같은 이름들 보면서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삐뚤어진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저 뿐만은 아닐 거라 믿습니다.

아무튼 Neunaber Iconoclast는 예산 한도 상한선을 근접해서, 사실 신품으로는 돌파하는 수준의 고가품이었습니다만, 프리셋 없이 3-band EQ 노브가 끝인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굉장히 직관적으로 보이고, 뭔가 단순해 보이지만 기능은 많다고 하고... 솔직히 중고 매물이 나오지 않을까 꽤 잠복을 했습니다만, 결국 이러다 여름 다 지나갈 것 같아서 신품으로 구매했습니다.

Neunaber Iconoclast

보시다시피 일단 'Stereo Parametric Speaker Emulator'입니다만, 제가 가지고 있는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모노 인풋밖에 없어서 그렇게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Balanced/Unbalanced 인풋/아웃풋을 모두 지원하고, 잭을 꽂으면 알아서 해준다는데 역시 Unbalanced 환경밖에 사용해 본 적 없습니다.


일단 사운드 샘플을 들으면서 이야기해보죠. 사용 장비 및 노브 세팅은 이전 글들과 완전히 같습니다. 예전에 올린 적 있는 아래 사진을 참고해주세요.

이 사진에 나온 장비들이 이제야 글에서도 다 모였군요.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컴퓨터 근처에 꽂혀 있습니다.

Iconoclast의 모든 노브는 노이즈 게이트를 포함 12시 방향으로 세팅했습니다. 역시 중립 상태에서 테스트를 하는 것이 Iconoclast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했습니다. 역시 노브를 잘 조절한다면 더 좋은 사운드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Neunaber에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훨씬 많은 변수들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사용해보지 않았습니다만, 입문자 수준의 직관적인 조절과 프로 수준의 정밀한 조절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좋은 장비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언밸런스드 모노 인풋/아웃풋만 사용하고 있는 제가 죄를 짓는 것 같기도 하고요.

페달보드로 일렉트릭 기타 레코딩하기 - 3부: 스피커 에뮬레이터 (Neunaber Iconoclast)

우선 모든 이펙터가 OFF된 상태입니다. 영상의 0:00~0:25에 해당합니다. 모든 노브를 12시 방향에 뒀는데도 레벨이 살짝 커진다는 느낌은 있었습니다. 뭔가 보정을 한 것 같으면서도 기존의 톤을 해친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헤드폰 아웃을 사용할 때는 볼륨을 조절할 수 있는데, 레코딩 환경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건 Iconoclast의 단점인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패시브 장비인 '스피커' 에뮬레이터 역할에 충실한 거겠지만요. 이 부분은 프리앰프와 함께 사용하면 상호 보완적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봅니다. 어쨌거나 프리앰프도 지난 글에서와 똑같은 세팅인 -10dB 캐비닛 시뮬레이터 아웃풋에서 모든 노브 12시 상태를 만지지 않았고, 그 결과물입니다.

공간계 이펙터를 추가했습니다. 영상의 0:25~0:50에 해당합니다. 프리앰프만 있었을 때에 비해 살짝 더 선명해진 느낌입니다. 레벨 자체가 조금 더 커져서 더 좋게 들리는 심리적인 효과도 고려해야겠지만요.

이제 오버드라이브를 살짝 걸어보겠습니다. 영상의 0:50~1:15에 해당합니다. 여기에서부터 Iconoclast가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상당히 자연스러운 게인 톤으로 들립니다. 기타 프로로 찍은 노트 재생했을 때 들리는 미디 가상악기 기타 소리에 비교하자면 정말 환골탈태 수준입니다.

드디어 디스토션입니다. 영상의 1:15~1:40에 해당합니다. 이전까지의 디스토션 소리가 뭔가 좁은 곳에 소리를 욱여넣어서 찌그러진 것 같은 답답한 느낌이 있다면, Iconoclast를 통과한 소리는 왠지 공간감이 느껴집니다. 선명해진 것은 물론이고, 훨씬 더 뻥 뚫린 것 같은 자연스러운 느낌도 있달까요. 물론 손이 기타 줄에 닿을 때 생기는 노이즈 같은 것들이 남아 있지만, 드디어 음악에서 들어줄 만 한 소리가 되었습니다.


Neunaber Iconoclast

Iconoclast의 박스를 열어보면, This is nota toy.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이 장비의 특징을 굉장히 잘 나타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처럼 그냥 단순하게 장난감처럼 활용할 수도 있고, 장난감처럼 보이지만 Neunaber에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까지 활용한다면 어마어마한 성능을 낼 수도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레코딩할 때만 활용했지만, 준비된 기타 앰프가 영 못 미더울 때 다이렉트 박스를 통해 PA에 연결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라이브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활용하시는 분들의 사용기를 여러 번 봤고요.

자, 이렇게 저의 지난 4년 동안의 '페달보드로 일렉트릭 기타 레코딩하기' 중간 정리가 끝났습니다. 음, 어찌 보면 '하기'보다는 '해보려고 헤매기'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사실 그 4년 중 3년은 별다른 변화 없이 보낸 기간이었고, 지난 1년 동안에 장비 두 개가 추가되면서 꽤 극적으로 변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 같습니다.

글을 읽어봤으면 아시겠지만, 제가 사용한 장비들은 결코 고가의 전문가용 스튜디오 장비는 아니면서도, 그렇다고 입문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처음 오디오 인터페이스 구입할 때 '홈 레코딩은 데모 녹음 정도고, 제대로 된 레코딩은 스튜디오 가서 해야지!' 정도의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했었는데, 그 선택이 이런 방향으로 저를 이끌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처한 환경이 좋은 기타 앰프를 사용할 수 있는 공용 연습 공간이 따로 있고, 곡 작업은 집에서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이런 상황에 처한 분이 몇이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타와 페달보드에는 많은 투자를 하고, 상대적으로 앰프는 연습실이나 공연장 가면 있는 걸 쓴다는 생각으로 집에는 낮에나 볼륨 9시 넘기지 않는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15W 트랜지스터 앰프 정도 두었습니다. 처음 생각이 그게 아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일렉기타 녹음에 페달보드를 사용하기 위해 제가 사용한 방법이, 멀티이펙터를 들인다거나 VSTi를 구입한다거나 하는 것에 비해 결코 저렴한 방법은 아니게 된 것 같습니다. 최근 기술이 너무 급속도로 좋아져서 멀티이펙터나 VSTi로 기타 홈 레코딩하는 퀄리티가 거의 스튜디오 수준으로 높아져서 제가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더 늦기 전에 방향을 바꿔야 할까?'하는 갈등도 조금은 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페달들을 레코딩에 활용하는 것도 분명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를 예로 들면 제가 사용하는 Catalinbread Katzenkönig의 톤은 상당히 독특하고 개성적인데, 이걸 가지고 연구한 톤을 실제로 레코딩에 사용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빈티지 퍼즈나, 빈티지 에코나... 뭐 그런 종류의 스튜디오 들고 가서 '이거 레코딩할 때 쓰고 싶다' 그러면 엔지니어가 분노할 법한(?) 장비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자신의 페달보드로 레코딩을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론을 쓸 때부터, 이 글은 어떻게 써야겠다는 계획이 끝나 있었지만, 막상 써 놓고 생각해보니 각각의 주제가 연결되면서도 정리는 잘 안 된 것 같습니다. 다음 글은 지금까지의 주제를 총정리하면서, 세 가지 환경을 서로서로 붙여놓고 직접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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