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rus Audio의 Fathom 리버브입니다. 일반적인 Fathom과 디자인이 다른데, 2018년 블랙 프라이데이 한정판입니다. 디자인은 다르지만 기능은 똑같다고 하고요.
Walrus Audio는 한정판 이펙터가 자주 나오는 회사입니다. 뭐 대다수는 '색이 다릅니다'입니다만 (이로치가이? 파레트 스왑?), 2018년과 2019년 블랙프라이 한정판은 디자인이 일반적인 Walrus Audio 이펙터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2019년은 위 사진의 꽃무늬 컨셉이고요, 2018년은 레트로 컨셉입니다. 분명 디자인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저는 2018년 한정판 디자인을 보고 '보통의 Walrus Audio 페달 디자인은 좀 과한 감이 있는데, 이거라면 갖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19년 한정판 디자인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네요.
아무튼 어쩌다보니 2년 가까이 지나 Fathom 한정판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난번에 구입했던 Slo와 비교했던 그 Fathom입니다. Slo 특유의 소리가 아주 마음에 들기는 했습니다만, 한 옥타브 낮은 소리가 나는 Dark 모드는 합주에 끼워넣기는 좀 과하다는 느낌이었고, 모듈레이션이 더해지는 Rise와 Dream 모드는 너무 개성이 강해서 아무 데나 묻혀보기에는 부담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관련 파라미터를 완전히 깎아서 평범한 리버브처럼 활용... 하느니 그냥 TC electronic Hall of Fame을 쓰게 되었죠.
제가 세트로 꽤 오래 사용했던 TC electronic Flashback + Hall of Fame 조합의 장점은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소리들이 무난하고 고퀄리티라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특수한 소리를 원한다면 톤프린트 기능을 활용하면 됩니다... 만, 처음 구입해서 테스트해 본 이후로 톤프린트 기능을 활용했던 적이 사실상 없습니다. 자주 사용했던 조합은 Tape Echo에 Hall Reverb 혹은 Church Reverb 조합이었습니다. 가끔 Plate 리버브도 활용했고... 스프링 리버브는 앰프 내장된 리버브 톤이 더 좋다 싶은 경우가 많았어서 잘 사용하지 않았었습니다.
'무난'하다는 장점은, 역으로 심심하다는 뜻이기도 하죠. 워낙 빈티지한 테이프 에코를 좋아해서 속는 셈 치고 구입했던 Pink Moby의 톤이 너무 좋아서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페달보드에 장착했었는데, 아무도 뭐라 안 하더군요. 그렇게 되고 나니까 '좀 더 내 취향인 이펙터 장착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개성 강한 이펙터들을 용감하게(?)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Slo는 봉인되었지만, 그리고 나서 '시머 리버브가 더 있긴 하지만, 이 정도 프리셋이면 그냥 Hall of Fame 쓰자' 싶어서 구입하지 않았던 Fathom이 끌리더군요. 개인적으로 바다색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잠수함 디자인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다가 저 2018 한정판이 남아있는 걸 보고서는 뭐에 홀린 듯 구입해버렸습니다.
파우치는 딱히 쓸 일이 없을 것 같지만, 고무발 안 달려서 나오는 건 마음에 드는 Walrus Audio 이펙터입니다. 뭐 공장 초기화 기능 등등은 Slo 대면기에 적어놨으니 다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테스트는 Hall of Fame과의 비교 위주로 진행했습니다. 프리셋은 Hall, Plate, Lo-fi, Sonar 4가지가 있습니다. 앞의 3가지는 Hall of Fame 리버브에도 있는 프리셋입니다. 프리셋 자체는 Hall of Fame이 더 많죠. 단순 비교해본 소감은, 뭐랄까, Hall of Fame 리버브가 DAW에 딸려오는 기본 제공 리버브 같은 느낌이라면 Fathom은 취향 따라 따로 구입한 공간계 이펙터 같은 느낌입니다.
Hall of Fame은 프리딜레이가 short/long 둘 중 하나만 선택 가능한데, Fathom은 X노브를 이용해 좀 더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 외 이름은 다르지만 decay, dampen(tone), mix(fx level) 기능은 같고요. 추가로 fathom은 mod 3단 토글이 있어 모듈레이션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High-Medium-Low. 개인적으로 High는 뭔가 너무 세고 (그래 봤자 Slo 정도로 개성 강하지는 않습니다) Low는 뭔가 너무 평범해서 Medium으로 놓고 쓸 것 같습니다. 다만 노브 더 들어갈 공간은 충분했는데 토글 대신 노브를 달아서 섬세한 조절이 가능하도록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네요. (물론 Slo는 이러한 아쉬움을 해결했습니다)
아 그리고 Sonar는 원음 위아래로 옥타브음을 더해주는 리버브입니다. 시머 리버브는 보통 고음을 더하는데, Slo의 다크 모드 같은 톤에서부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반짝반짝한 시머 리버브까지 만들 수 있었습니다. 뭐, 자주 사용할 것 같지는 않네요.
서스테인 노브는, 밟고 있는 동안 리버브의 decay를 무한으로 늘려줍니다. 피아노 서스테인 페달 생각하시면 거의 비슷합니다.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아주 드라마틱한 효과를 연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Hall of Fame에 이 기능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Hall of Fame 2에는 프리셋에 따라 사용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테스트 해 본 결과, 홀 리버브와 플레이트 리버브가 개성이 강하면서도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존의 Hall of Fame를 제외하고 페달보드에 장착했습니다. Pink Moby와의 궁합도 아주 훌륭했고요. 아마 Hall of Fame 사용할 때도 그랬듯 거의 Hall 모드로 고정시켜 놓고 사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장착하고 보니, Walrus Audio의 기본 노브는 금속성의 검은 노브인데, 2018 블랙 프라이데이 한정판은 핑크 모비와 같은 레트로 스타일 노브더군요. 솔직히 유광 타입의 금속 노브는 조명 어두운 합주실이나 공연장에서 현재 노브가 몇 시 방향인지 잘 안 보이는데, 까만 플라스틱에 하얀 눈금 노브는 잘 보여서 좋습니다. 톱니 모양이라 세팅 위치 기억하기 편한 감도 있고요.
그리고... Walrus Audio 이펙터들은 모든 인풋 아웃풋이 이펙터 상단에 있어서 차지하는 공간이 적습니다. 다만 세상 모든 이펙터가 그런 건 아니어서 예쁘게 배치하기에 조금 애를 먹게 하는 요인일 수도 있겠네요. 뭐, 같은 회사의 이펙터만 일괄적으로 사다가 페달보드 짜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테고 다들 이 정도는 감수하시겠죠? 하하...
마무리하기에 앞서, 타 회사 제품인 Hall of Fame (그것도 지금은 단종된 1세대) 하고만 비교한 감이 있어서, 같은 회사 제품인 Slo랑 비교해보고 마치겠습니다. 유튜브 리뷰 영상들 몇 개만 보셔도 감이 오시겠지만, 둘은 Walrus Audio라는 점에서 색채는 비슷하지만 컨셉트가 완전히 다릅니다. 뭔가 신기하고 독특한 소리를 원하신다면 Slo가 좋은 선택이 되겠지만, 보통 리버브가 필요하다 그러면 룸 리버브, 홀 리버브, 플레이트 리버브, 스프링 리버브 중에서 찾겠죠...? Slo의 리버브 타입은 이름만 봐서는 뭔지 모르겠지만 그 이름에 걸맞은 소리가 난다는 느낌입니다. Fathom은 그냥 홀 리버브, 플레이트 리버브, 로우 파이 리버브 중에서 고르시면 됩니다. 소나라는 이름은 특징적이긴 한데 시머 리버브의 확장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고요. Slo와 Fathom 모두 개성 강하고, decay 길게 줘서 우주로 보내면 아주 끝내주게 어울리지만 이걸 있는 듯 없는 듯 거는 용도로만 사용하기에는 아쉽다는 기분이 드는 소리입니다. 결과적으로 Slo는 너무 특징이 강해서 페달보드에서 제외되었고 Fathom은 기존에 사용하던 Hall of Fame 대신 사용해도 괜찮겠다 싶어서 장착했습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Slo는 '언젠가 한 번은 쓸 것도 같은' 소리가 나고 Fathom은 '딱히 무난하지만은 않지만 의외로 여기저기 어울리는' 소리가 난다고 할까요?
둘을 합쳐서 팔아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도 둘을 합쳐서 나온 한정판 페달이 있네요.
당분간은 Pink Moby와 Fathom 덕분에 음악하기 행복할 것 같습니다. 오늘 대면기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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